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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쓰레기통21

시 : 매혈(賣血) 그저 몸에서 끝없이 샘솟는 진득한 액체 400ml 그까이 것 그 400ml만큼 조금은 세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자그마한 증서 한 장에 더 나은 사람이 된 것마냥 으쓱대는 못난 모자람 피 한 움큼을 팔아 나 자신이 세상에 필요하다는 증명서를 샀음을 그 무신 노력을 들여 얻어낸 거라고 생색을 내는 치졸함 회백질의 뇌가 매끈하니 주름지지 않아 빵 하나, 콜라 하나에 해맑게 좋아라 해서 순수했던 시절 그래도 한 톨의 주름진 마음을 놓지 못함은 한톨 한톨 때 낀 마음 쌓아 만든 세찬 풍파에 버티고 의지할 담벼락 뒤에 마음속 한 구석 진실로 나은 사람이고 싶은 바람을 담아 살아갈 세상에 이유를 만들기 위함 2021. 9. 24.
2018.눈 덮인 겨울날, 무늬. 날 찾아왔던 너를 기억해.(3) 짧은 즐거움, 트러블의 시작-똥과의 전쟁 이렇게 남자 사람 둘과 남자 고양이 한 마리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은 밖에서 묻어온 온갖 땟국물을 씻기는 것부터 시작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양육은 제가 맡기로 했기에 당연히 씻기는 것은 제 몫이었고, 고양이 목욕시키기가 얼마나 힘든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저는 각오를 하고 화장실로 들어갔지만, 놀랍게도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아직 캣초딩 시절이라 그런지, 아님 원래 심성이 유순한 것인지 삐약삐약 소리만을 내며 발버둥 치지도 못하는 무늬였습니다. 이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는데, 화장실을 마련해두었습니다만, 아무래도 모래가 낯설고 화장실 사용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며칠간은 화장실을 이용을 하지 않다가 도저히 미룰 수 없는 순간이 온 것인지 똥 테러가.. 2021. 9. 24.
2018.눈 덮인 겨울날, 무늬. 날 찾아왔던 너를 기억해.(2) 고양이의 두 번째 간택, 잘못된 선택의 시작 그렇게 친구 집으로 출퇴근을 하며 사료도 사다 주고 지내다 보니 훌쩍 한 달이 지났습니다. 별다른 탈이 없이 한 달이 흘러 너무나 다행이었습니다. 혹시나 탈이 날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무사히 지나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되던 날 조금은 자란 아깽이(아직까진 이름도 지어주진 않았습니다)의 다리의 깁스를 풀어주었습니다. 반대쪽 앞발과 대비되도록 앙상한 다리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그동안 깁스를 한 다리 상태로도 잘 다니던 아이였는데, 오히려 깁스에 익숙해졌는지 오히려 깁스가 사라지고 난 후에는 걸음걸이가 어색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곧 잘 지탱하더니 곧바로 형제들과 어미에게로 돌아가는 씩씩한 모습에 안심했더랬습니다. 그렇게 이 아이.. 2021. 9. 23.
2018.눈 덮인 겨울날, 무늬. 날 찾아왔던 너를 기억해.(1) 최초의 간택, 구조와 임보 아지트 삼아 거의 매일 가던 대학 친구 자취방. 2018년 연초 1층 보일러실 앞을 지날 때면 병아리마냥 삐약삐약 대다가 사람 인기척이 있으면 구석으로 순식간에 사라지곤 했던 5마리의 고양이 식구가 있었습니다. 엄마와 갓 태어난 고양이 4마리가 1층 계단 밑 어둡고 따뜻한 곳에 자리를 잡았던 것입니다. 가끔씩 친구와 술을 마시고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작은 간식들을 사서 던져주면 눈치를 보며 적어도 5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야 기어 나와 간식을 주워 먹곤 했습니다. 학교 내에서도 길냥이들이 흔하게 있었던 시절이라 그저 귀엽게 바라보고 방안에 들어가 친구와 수다를 안주로 삼아 술을 마시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던 어느 겨울, 평소와는 곳에서 울음소리.. 2021. 9. 22.
2021.씨티칼리지 플랜테이션.추석 추석 오후, 가족 나들이를 나가려다가 급하게 알아봐 방문하게 된 고양 시티 칼리지 플랜테이션. 사실 저는 발언권이 없어 그저 실려가느라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더랬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반기는 오랜만에 보는 코스모스들에 오늘은 사진을 찍어야 하는 날이라는 것을 느껴 그때부터 카메라를 열심히 놀렸습니다. 입장료가 있긴 한데 제가 낸 것은 아니라서.ㅎ - 플랜테이션 입장료 성인 (중학생 이상) 1인 요금 : 5,000원 어린이 (36개월 이상 ~ 초등학생 포함) 1인 입장요금 : 3,000원 36개월 이하 무료입장 / 입장료는 식사 및 캠핑 요금(지금은 캠핑은 안된다고 하네요)과 별도입니다. 애완동물 동반 입장 시 리드 줄 착용 배변봉투 준비하셔야 됩니다. 플랜테이션에서는 외부음식 반입을 철저히 .. 2021. 9. 21.
가을의 입구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또 하루를 보내는 살아낸다는 힘겨운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샌가 온통 싯노랗게 변해버린 은행나무가 밤의 가로등 빛을 받아 가을이 왔음을 강하게 주장할 때야만 알아 계절이 오고 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지내왔던 지난날 문득 삶의 태엽을 조금 느리게 감아 걸어보는 익숙한 길 위에 아주 살포시 어설프게 노랗게 익은 나뭇잎들이 손을 흔든 게 바로 어제인데 오늘은 온통 구수한 냄새가 길 위에 지천으로 깔려 조금 느린 덕에 가을을 온전히 맞이하여 더욱 풍성해지는 마음 나는 지금 가을의 입구에 서있다. 2021.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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