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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쓰레기통/감정의 쓰레기통9

시 : 매혈(賣血) 그저 몸에서 끝없이 샘솟는 진득한 액체 400ml 그까이 것 그 400ml만큼 조금은 세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자그마한 증서 한 장에 더 나은 사람이 된 것마냥 으쓱대는 못난 모자람 피 한 움큼을 팔아 나 자신이 세상에 필요하다는 증명서를 샀음을 그 무신 노력을 들여 얻어낸 거라고 생색을 내는 치졸함 회백질의 뇌가 매끈하니 주름지지 않아 빵 하나, 콜라 하나에 해맑게 좋아라 해서 순수했던 시절 그래도 한 톨의 주름진 마음을 놓지 못함은 한톨 한톨 때 낀 마음 쌓아 만든 세찬 풍파에 버티고 의지할 담벼락 뒤에 마음속 한 구석 진실로 나은 사람이고 싶은 바람을 담아 살아갈 세상에 이유를 만들기 위함 2021. 9. 24.
가을의 입구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또 하루를 보내는 살아낸다는 힘겨운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샌가 온통 싯노랗게 변해버린 은행나무가 밤의 가로등 빛을 받아 가을이 왔음을 강하게 주장할 때야만 알아 계절이 오고 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지내왔던 지난날 문득 삶의 태엽을 조금 느리게 감아 걸어보는 익숙한 길 위에 아주 살포시 어설프게 노랗게 익은 나뭇잎들이 손을 흔든 게 바로 어제인데 오늘은 온통 구수한 냄새가 길 위에 지천으로 깔려 조금 느린 덕에 가을을 온전히 맞이하여 더욱 풍성해지는 마음 나는 지금 가을의 입구에 서있다. 2021. 9. 20.
오늘도 수고했어 하루를 어찌 보냈는지, 흐트러진 걸음으로 터덜터덜 힘없이 발을 놀려 집으로 가는 길. 상념에 조차 잠기지 않은 채 텅 빈 몸과 텅 빈 머리, 텅 빈 마음으로 걸음을 옮겨 수없이 지나친 길 위에 무언가 문득 눈길을 잡아끌며 인사를 보내온다. 늘상 그 자리에 있었을 텐데, 그저 발걸음을 옮기기에 바빠 만나지 못했던 순간. 불쑥 찾아온 순간에 텅 빈 마음이 알 수 없는 무언가로 가득 차 넘치기 시작한다. 주체할 수 없는 이 마음을 혼자 간직하기에 아까워 힘겨운 하루를 보내온 나의 가족들에게 평소에 전하지 못한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나누고자 사진을 보냈다. 그로부터 1여 년이 지나, 어느새 또 텅 비어 버린 몸뚱아리를 그저 놀려 나온 길 위에 또 알아보지 못한 인연이 마주나와 인사를 건넸다. 만남의 .. 2021. 9. 19.
물감이 번져나가는 듯한 일상 속의 특별한 순간 우연히 만나는 일상 속의 순간이 마음을 데워주는 날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다시피 근처 카페로 나와서 글을 쓰는 와중에 한 어르신이 갑자기 다가오신다. 핸드폰을 내미시며 유튜브에서 김치 만드는 법을 검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어보셨다. 당황스러웠던 마음도 잠시, 키보드 자판 구성을 어떻게 하시는 게 편하신 지 여쭤보다가, 타이핑도 힘드실 것 같아 음성으로 검색하는 법을 알려드리자 매우 만족하시며 돌아가셨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이 못내 마음에 걸려 주춤주춤 하다 자리 근처로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헷갈려하시고 있는 상황. 한번 더 알려드리니 신기하다며 일행 분들과 해맑게 웃으신다. 잠시 뒤에 다른 어르신 한분이 오시더니 핸드폰 지갑을 주섬주섬 뒤적거리셔서 당황했는데, 종이로 된 접종 확인서를 보여.. 2021. 9. 18.
한 여름의 햇살같이 따가웠던 청춘의 기록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잊은 다음에야 남는 것이 무엇일까?" 오래된 일기장을 들추다 참으로 내면이 뜨거웠던 날의 기록을 마주했다. 평소 크기만큼이나 무겁기 짝이 없는 엉덩이를 움직였던 날이었다. 가슴이 울컥해 달려 나가야만 했던 날이었다. 어느새 시간이 10년이 지나,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뉴스를 틀고 있는, 그리고 세상 나쁜 놈 참 많다며 욕하기 바쁜 나는 10년 전 불공정함에 저 현장에 달려 나가 있었던 과거의 나에게 자랑스레 틀리지 않았다고, 그 가슴 뜨거움이 자랑스럽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10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우연히 마주한 어린 날의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참으로 한 여름의 햇살같이 따갑기 그지없다. https://blog.naver.com/cjh10.. 2021. 9. 17.
울음 나이가 든다는 거. 남들에게 기대지 못하는 아집이 늘어나는 것. 그래서 남들 앞은 물론이고 혼자서도 울지 못하는 아집. 그래서 세상엔 슬픈 이야기가 많은 가봐. 그렇게라도 울 핑계가 필요할 테니까. 이 슬픈 세상에. 그렇게라도 울지 못하면 글쎄. 그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https://blog.naver.com/cjh10118/120125752738 [울음] 나이가 든다는 거. 남들에게 기대지 못하는 아집이 늘어나는 것. 그래서 남들 앞은 물론이고 혼자서도 울지... blog.naver.com 10년 전의 나는 참... 2021.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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