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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쓰레기통/기억의 쓰레기통

2018.눈 덮인 겨울날, 무늬. 날 찾아왔던 너를 기억해.(3)

by 조치훈 2021.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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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곤하신 무늬

  • 짧은 즐거움, 트러블의 시작-똥과의 전쟁

이렇게 남자 사람 둘과 남자 고양이 한 마리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은 밖에서 묻어온 온갖 땟국물을 씻기는 것부터 시작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양육은 제가 맡기로 했기에 당연히 씻기는 것은 제 몫이었고, 고양이 목욕시키기가 얼마나 힘든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저는 각오를 하고 화장실로 들어갔지만, 놀랍게도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아직 캣초딩 시절이라 그런지, 아님 원래 심성이 유순한 것인지 삐약삐약 소리만을 내며 발버둥 치지도 못하는 무늬였습니다.

 

이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는데, 화장실을 마련해두었습니다만, 아무래도 모래가 낯설고 화장실 사용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며칠간은 화장실을 이용을 하지 않다가 도저히 미룰 수 없는 순간이 온 것인지 똥 테러가 시작되었습니다. 정말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은

똥과의 전쟁이다.

그 이후로 아이가 방귀만 좀 뀌었다 싶으면 아이의 엉덩이를 쫄래쫄래 쫓아다니는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도 마구잡이로 테러를 한 것은 아니고 스크래쳐로 사놓은 골판지를 주로 화장실로 사용했습니다. 그래도 구 리 구 리 한 냄새를 감출 길은 없어서 자세를 잡으면 화장실로 옮기고, 싸는 도중에 옮기고, 아무튼 그렇게 화장실 문제로 고생을 반복했습니다. 캣타워를 살 돈은 없어서 조악한 재료로 나마 캣타워를 만들었었는데(장장 6시간 정도 들여서), 어느 날 밤에 친구한테서 연락이 와서는 이놈이 설사를 캣타워에 지려서 똥이 흘러서 집에 못 들어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나가서 잔다고 내일 네가 와서 치우라고(캣타워도 아이가 바닥에 있어서 잘 때 방해한다고 제가 일부러 만들어 준거였습니다)하는 겁니다. 바로 다음 날 아침에 가서 치우려 보니 그래도 친구가 조금은 치워놨더군요. 정말 이때 어떻게 해야 좋은 건지 모를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히 어느 날인가부터 저희가 쓰는 화장실에서 구 리 구 리 한 냄새가 나기 시작해서 뭔가 하고 확인했더니, 변기 뒤에 공간에 숨어서 무늬가 용변을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거기라면 고맙다~라고 내버려 두고 화장실을 두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모래 화장실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늬가 모래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만 해도 얼마나 기쁘던지.ㅎㅎ. 

 

그다음 문제는 식사였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사료를 먹지 않았습니다. 이때도 마음을 졸였는데, 결국 며칠 지나지 않아 사료를 먹기 시작해서 걱정을 덜었습니다. 아마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사료가 바뀐 취향의 문제도 있고, 들이자마자 제가 없는 사이에 친구가 잔뜩 사놓은 간식을 이쁘다고 계속 먹인 것도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이때 빨리 친구가 동물 사육에 대한 기본 상식이 없다는 것을 알았어야 하는 거였는데...

 

그렇게 고비가 좀 지나고, 그래도 장난감을 사다 주고 데리고 놀아주기도 했습니다. 털공을 사서 굴리면 에너자이저 마냥 쉴 틈 없이 집안을 뛰어다니고, 스크래쳐용으로 산 노끈 하나 흔들어주면 세상 깨 발랄하게 뛰어놀고, 친구 집으로 가면 아이가 빨빨거리면서 나와 저에게 와서 짧지만 한 5초 정도 자기 체취를 묻히는 그 과정들이 뒷수습하는 그 힘든 과정을 다 보상해주었습니다. 특히 저와 있을 때는 큰 트러블을 만들지도 않았었고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https://youtu.be/z_LAfoHoaqw

https://youtu.be/-JtooU3_kBA

 

하지만 친구에게는 이 과정이 자신이 생각했던 시간들이 아니었나 봅니다. 점점 무늬 문제로 친구와 언쟁을 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친구가 반려동물, 특히 고양이에 대한 상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고양이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훈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고양이 사육에 있어서 강아지에게도 가혹할 만한 '훈육'방식을 생각하면서 그게 잘못된 방식이라고 말해줘도 통하지 않는 친구의 모습을 통해 어딘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2021.09.22 - [마음의 쓰레기통/기억의 쓰레기통] - 2018. 눈 덮인 겨울날, 무늬. 날 찾아왔던 너를 기억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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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3 - [마음의 쓰레기통/기억의 쓰레기통] - 2018.눈 덮인 겨울날, 무늬. 날 찾아왔던 너를 기억해.(2)

 

2018.눈 덮인 겨울날, 무늬. 날 찾아왔던 너를 기억해.(2)

고양이의 두 번째 간택, 잘못된 선택의 시작 그렇게 친구 집으로 출퇴근을 하며 사료도 사다 주고 지내다 보니 훌쩍 한 달이 지났습니다. 별다른 탈이 없이 한 달이 흘러 너무나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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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링크 https://photos.app.goo.gl/F12ABySm2Xw1uyPH6

 

2018.눈덮인 겨울.무늬

새 사진 23장 · Chi-hoon Jo님의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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