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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쓰레기통/기억의 쓰레기통

2018.눈 덮인 겨울날, 무늬. 날 찾아왔던 너를 기억해.(2)

by 조치훈 2021.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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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신은 고양이 무늬버전 아직까지 제 폰 배경화면입니다.

  • 고양이의 두 번째 간택, 잘못된 선택의 시작

그렇게 친구 집으로 출퇴근을 하며 사료도 사다 주고 지내다 보니 훌쩍 한 달이 지났습니다. 별다른 탈이 없이 한 달이 흘러 너무나 다행이었습니다. 혹시나 탈이 날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무사히 지나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되던 날 조금은 자란 아깽이(아직까진 이름도 지어주진 않았습니다)의 다리의 깁스를 풀어주었습니다. 반대쪽 앞발과 대비되도록 앙상한 다리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그동안 깁스를 한 다리 상태로도 잘 다니던 아이였는데, 오히려 깁스에 익숙해졌는지 오히려 깁스가 사라지고 난 후에는 걸음걸이가 어색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곧 잘 지탱하더니 곧바로 형제들과 어미에게로 돌아가는 씩씩한 모습에 안심했더랬습니다.

 

그렇게 이 아이와의 인연은 끝이라고 전 생각했습니다. 그저 그 후로 종종 친구 집에 갈 때면 아이가 생각나서 입 소리를 내며 불러보면 다른 아이들은 여전히 숨기 바빴지만 이 아이는 슬그머니 나타나서 저의 냄새를 맡으며 인사를 보내곤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그 건물에 거주하는 다른 분들도 물그릇이라든가 사료라든가 챙기시는 분들이 종종 계셨고요. 그저 그렇게 오가는 인연으로 남겨두려고 했습니다만, 아이가 좀 자라서 캣초딩의 시절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인가부터 활동반경이 넓어지더니 제가 나타나면 자연스레 따라올라와 싱크대로 도도도 달려가서 훌쩍 올라가는 겁니다. 친구와 저는 당황스러움에 처음엔 집안에 들이지 않으려 내보내곤 하다가, 하도 반복돼서 물을 받아서 먹여주곤 했습니다. 그러면 그 아이는 방안을 좀 활보하다가 문으로 가서 물끄러미 바라보며 기다리는 겁니다. 그래서 문을 열어주면 자연스레 다시 나가고... 처음 사람 손을 타는 게 어렵지 한 번 타서 그런지 아주 사람 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물을 다오. 문을 열어라 하는 것이 상전이 따로 없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밖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아이에게서 냄새가 좀... 고약한 냄새가 났습니다. 당연히 방안에 들이기에는 위생적으로 좋지 않았죠. 그래서 지켜보던 친구가 말하길 방안에 들일 거면 키우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반대를 했고, 들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도 며칠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저희를 따라서 계속 올라왔고, 저는 아이를 막아서며 문을 닫고 막아보았습니다만, 재빠른 캣초딩의 몸놀림을 제가 모두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럼 자연스레 제가 붙잡고 내보내야 했고요. 친구는 그 와중에 내보내는 것은 네가 해라... 라며 손 놓고 있어며 들여놓을 거면 키우자는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친구의 성격이 모나고 별난 면이 있는데 앞으로 너무 놀라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자연스레 키우고 싶은 생각은 가지고 있었던 저는 혹했고, 결국 기본적인 양육에 관한 것은 제가 케어하기로 하고, 친구는 집이라는 장소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딜을 해서 이 아이 '무늬'를 키우게 됐습니다. 그 결과가 어찌 될지는 앞으로 상상도 못 한 채 말이죠. 평소에 동물을 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책임인지 안다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친구도 신나서 청계천으로 고양이 물품을 사러 가자며 보채서 고양이 모래와 사료 간식을 잔뜩 샀습니다. 고양이 화장실이나 장난감 같은 것은 추후에 제가 마련했고요. 상황을 보면서 했어야 했는데, 친구의 마음은 그저 동물 한 마리를 들이는 그저 그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옛날 초등학생이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 오던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무늬와 우리는 3개월의 동행을 시작했습니다.


잘못했던 과거가 속속들이 들켜지는 것 같아 몹시 부끄럽네요... 하지만 제 경우를 보고 반려동물을 들이고 책임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를 알게 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직접 겪기 전에는 전처럼 할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되도록 주변 여건을 먼저 생각해서 진실로 책임질 수 있음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세요. 반려동물을 들이는 것은 쉽지만 내보내는 것은 반려동물이나 기르는 사람 모두에게 상처로 남습니다.

 

2021.09.22 - [마음의 쓰레기통/기억의 쓰레기통] - 2018.눈 덮인 겨울날, 무늬. 날 찾아왔던 너를 기억해.(1)

 

2018.눈 덮인 겨울날, 무늬. 날 찾아왔던 너를 기억해.(1)

최초의 간택, 구조와 임보 아지트 삼아 거의 매일 가던 대학 친구 자취방. 2018년 연초 1층 보일러실 앞을 지날 때면 병아리마냥 삐약삐약 대다가 사람 인기척이 있으면 구석으로 순식간에 사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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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눈덮인 겨울.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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