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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쓰레기통/기억의 쓰레기통

2018.눈 덮인 겨울날, 무늬. 날 찾아왔던 너를 기억해.(1)

by 조치훈 2021.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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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를 한 아깽이 주제에 늠름했던 무늬

  • 최초의 간택, 구조와 임보

아지트 삼아 거의 매일 가던 대학 친구 자취방. 2018년 연초 1층 보일러실 앞을 지날 때면 병아리마냥 삐약삐약 대다가 사람 인기척이 있으면 구석으로 순식간에 사라지곤 했던 5마리의 고양이 식구가 있었습니다. 엄마와 갓 태어난 고양이 4마리가 1층 계단 밑 어둡고 따뜻한 곳에 자리를 잡았던 것입니다. 가끔씩 친구와 술을 마시고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작은 간식들을 사서 던져주면 눈치를 보며 적어도 5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야 기어 나와 간식을 주워 먹곤 했습니다. 학교 내에서도 길냥이들이 흔하게 있었던 시절이라 그저 귀엽게 바라보고 방안에 들어가 친구와 수다를 안주로 삼아 술을 마시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던 어느 겨울, 평소와는 곳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앞마당 바로 옆에는 옆 건물과 구분이 되어있는 담벼락이 있었는데, 낙차가 상당한 곳 밑에서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아래를 보니 고립된 장소에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혼자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마 사람 인기척에 갑자기 피하다가 낙상사고를 입은 듯했습니다. 입 소리를 내며 확인해보니 글쎄 평소엔 피하기 바빴던 아이가 눈앞에 나타나며 제 눈을 바라보고 우는 것 아니겠습니까. 무슨 용기였는지 바로 근처의 빈 상자를 구해서 절벽 같은 그 담벼락 벽을 기어내려 가 상자를 내밀었습니다. 그랬더니 1초 정도 망설이기 무섭게 구해주려는 의도를 아는 건지 바로 상자 안으로 냉큼 들어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최초로 간택당했던 순간이었나 봅니다. 잊히지 않는 순간이네요.

 

그렇게 무사히 끌어올려 가족들에게 돌아가라고 내려놓았는데, 평소와 다르게 아이가 한쪽 앞다리를 절고 있었습니다. 덜컥하는 마음과 함께 유심히 봤지만, 아무리 유심히 봐도 다리를 절며 제 주변에서 빨리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지만, 경제력도 없이 가진 돈이 없었던 저였지만 고양이를 바로 다시 상자에 챙겨 주변 동물병원으로 바로 달려갔습니다. 도착하고 X-레이를 찍고, 다행히 깔끔하게 골절이 된 상태라는 말을 듣고, 한 달 정도 돌봐야 한다는 말을 들은 다음에야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당장 아버지께 연락드렸습니다. 아버지는 할 말은 많지만 참는 느낌으로 한숨을 푹 내쉬시며 알았다고 하시며 제 계좌로 돈을 보내주셨습니다. 참 아버지께 죄송하면서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아깽이를 다시 집으로 데려와 내려놓으며 매일 아침 출근하다시피 친구 집으로 향해 아깽이를 돌보는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휴대폰도 교체하고, 가지고 있던 사진들도 많이 정리해서 남은 사진이 몇 장 안 남았네요. 그래도 아직도 그리움에 배경화면을 무늬 사진으로 해놓고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우지 않고 남겨 둘 걸이란 후회가 드네요. 

 

간략하게 추억을 되새기고 싶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글을 나누어서 쓸까 합니다. 글을 쓰면서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이 좋으면서도 아련하네요.

 

미리 밝히지만 양육을 할 수 없는 환경이라 3달간의 임보 후에 입양을 보냈습니다. 입양자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고양이 양육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나름 엄선해서 입양을 보냈는데, 입양 직후에 사진 한 장 받은 후에는 소식을 알 길이 없네요. 

 

https://photos.app.goo.gl/F12ABySm2Xw1uyPH6

 

2018.눈덮인 겨울.무늬

새 사진 23장 · Chi-hoon Jo님의 앨범

photos.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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