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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쓰레기통/감정의 쓰레기통

시 : 매혈(賣血)

by 조치훈 2021.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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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몸에서 끝없이 샘솟는 진득한 액체 400ml 그까이 것

 

그 400ml만큼

조금은 세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자그마한 증서 한 장에 더 나은 사람이 된 것마냥 으쓱대는 못난 모자람

 

피 한 움큼을 팔아

나 자신이 세상에 필요하다는 증명서를 샀음을

그 무신 노력을 들여 얻어낸 거라고 생색을 내는 치졸함

 

회백질의 뇌가 매끈하니 주름지지 않아

빵 하나, 콜라 하나에 해맑게 좋아라 해서 순수했던 시절

 

그래도 한 톨의 주름진 마음을 놓지 못함은

 

한톨 한톨 때 낀 마음 쌓아 만든

세찬 풍파에 버티고 의지할 담벼락 뒤에 

마음속 한 구석 진실로 나은 사람이고 싶은 바람을 담아

 

살아갈 세상에 이유를 만들기 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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