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나는 일상 속의 순간이 마음을 데워주는 날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다시피 근처 카페로 나와서 글을 쓰는 와중에 한 어르신이 갑자기 다가오신다.
핸드폰을 내미시며 유튜브에서 김치 만드는 법을 검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어보셨다.
당황스러웠던 마음도 잠시, 키보드 자판 구성을 어떻게 하시는 게 편하신 지 여쭤보다가, 타이핑도 힘드실 것 같아 음성으로 검색하는 법을 알려드리자 매우 만족하시며 돌아가셨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이 못내 마음에 걸려 주춤주춤 하다 자리 근처로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헷갈려하시고 있는 상황. 한번 더 알려드리니 신기하다며 일행 분들과 해맑게 웃으신다.
잠시 뒤에 다른 어르신 한분이 오시더니 핸드폰 지갑을 주섬주섬 뒤적거리셔서 당황했는데, 종이로 된 접종 확인서를 보여주시며 QR체크인으로 접종 확인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셨다. 카카오톡이 있는 것을 보고 카카오톡으로 해드릴까 여쭤보고, 휴대폰 인증도 해드리고... 무려 1936년 생이셨다. 최대한 개인정보를 보지 않도록 했지만, 무방비하게 다 알려주셔서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QR 인증해드리고 방법도 다 알려드렸다. 별거 아니지만, 도와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내 마음에 뿌듯함이 올라왔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문득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어르신 두 분이 차례로 고맙다고 손을 흔들며 가시는 데, 마음이 간질간질 채워지며 따뜻해졌다. 혼자만의 일방적인 선행이 아닌, 짧지만 서로에 마음에 따뜻함을 남길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보상으로 다가왔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오기 전에는 전혀 기대할 수도, 예측하지도 못했던 순간이 때때로 이렇게 일어날 때마다 무채색의 삶에 물감이 떨어져 색이 번져나가는 느낌이다.
오늘의 따뜻함이 뜨겁지는 않더라도 오래오래 간직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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