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배가 부를 만큼 차오른 점심식사를 소화시키려, 몸과 마음이 모두 답답함에 벗어나려 무작정 걸음을 옮겼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멀리, 목적지도 없이 그저 휘적휘적 어느덧 가을바람이 선선히 온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걸었습니다.
노원은 참으로 신비합니다. 전에도 느꼈지만, 번화가를 몇 블럭 벗어났을 뿐인데, 한 없는 정적이 감쌉니다. 시골의 벌레 소리도, 향기도 없고, 도심의 소음과 분주함도 없는, 기묘한 공간. 그저 주위의 흔한 주거공간이면 다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유독 노원은 그 간격이 가까워서 그런지 급작스레 다가온 정적이 기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킵니다.
곧 재건축이 시작될 아파트 단지 속을 여유로이 걷다가, 정신 차려보니 앞서 걷는 아주머니들의 꽁무니를 저도 모르게 따르고 있었네요. 딱 봐도 운동하러 나오신 옷차림에, 어디로 가시는 길이 신지 가던 길 계속 따라갔습니다. 이제와 생각하면, 덩치 큰 시커먼 남자 놈이 따라온다고 무서우셨을지도요.
그렇게 아파트의 숲 속을 벗어나, 꽃을 만났습니다.
단 도로 하나를 건너, 이색적이라고 할까요. 꽃들이 이토록 무성히 피어있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게다가 꽃을 사진으로 담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네요. ㅎ 그간의 삶이 얼마나 각박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빨강, 노랑의 형형색색에 눈이 현혹되어, 그저 무슨 꽃인지도 모르고 사진을 열심히 찍었습니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좋은지, 구글렌즈 돌리니 바로 나오는군요. 백일홍, 국화입니다. 코스모스인지 국화 인지도 모르는 도시 촌놈이라, 꽃에게 미안해지네요. 근데, 아닐 수도 있겠죠? ㅎㅎ
중랑천으로 이어지는 긴 하천이지만, 붐비지 않고 꽃이 만발해, 청명한 가을날에 매우 어울리는, 여유가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평소보다 10분 정도 조금 더 나왔을 뿐인데, 정처 없이 걷다가 우연히 마주한 꽃다발에 괜스레 마음이 밝아지는 것은, 꼭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지 않았어도 꽃 그 자체가 주는 의미가 있는 걸까요.
점점 깊어가는 가을, 더 늦기 전에 조금 더 나가 가을의 정취를 느끼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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