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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2

흐드러지게 핀 국화를 만나다-노원당현천근린공원 오랜만에 배가 부를 만큼 차오른 점심식사를 소화시키려, 몸과 마음이 모두 답답함에 벗어나려 무작정 걸음을 옮겼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멀리, 목적지도 없이 그저 휘적휘적 어느덧 가을바람이 선선히 온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걸었습니다. 노원은 참으로 신비합니다. 전에도 느꼈지만, 번화가를 몇 블럭 벗어났을 뿐인데, 한 없는 정적이 감쌉니다. 시골의 벌레 소리도, 향기도 없고, 도심의 소음과 분주함도 없는, 기묘한 공간. 그저 주위의 흔한 주거공간이면 다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유독 노원은 그 간격이 가까워서 그런지 급작스레 다가온 정적이 기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킵니다. 곧 재건축이 시작될 아파트 단지 속을 여유로이 걷다가, 정신 차려보니 앞서 걷는 아주머니들의 꽁무니를 저도 모르게 따르고 있었네요. 딱 봐도.. 2021. 10. 10.
가을의 입구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또 하루를 보내는 살아낸다는 힘겨운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샌가 온통 싯노랗게 변해버린 은행나무가 밤의 가로등 빛을 받아 가을이 왔음을 강하게 주장할 때야만 알아 계절이 오고 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지내왔던 지난날 문득 삶의 태엽을 조금 느리게 감아 걸어보는 익숙한 길 위에 아주 살포시 어설프게 노랗게 익은 나뭇잎들이 손을 흔든 게 바로 어제인데 오늘은 온통 구수한 냄새가 길 위에 지천으로 깔려 조금 느린 덕에 가을을 온전히 맞이하여 더욱 풍성해지는 마음 나는 지금 가을의 입구에 서있다. 2021.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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